채소 중의 걸작품 ‘양파’ | ||||||
요리와 어울려 ‘음식의 감초’…지방간 해독 등 53가지 효능 | ||||||
양파를 썰거나 껍질을 벗길 때 눈물이 나는 이유는 양파 속의 ‘신타제’라는 최루성 전달계 물질과 이것을 최루성 물질로 바꾸는 ‘프로페닐스르펜산’이라는 두가지의 효소가 반응을 하면서 눈물샘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햇양파가 제철이다. 요즘 한창 출하를 시작한 양파는 매운맛이 적고 수분이 많아 맛이 뛰어나다. 어느 요리와도 잘 어울려 ‘음식의 감초’로 불리는 양파는 건강 채소로 손꼽힌다. 최근 들어 새로 입주하는 집에선 양파를 썰어놓기도 한다. 유황을 함유한 휘발성분이 ‘새집증후군’을 막아내는 방패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양파 한알 속에 담긴 효능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다. 혈관계 질환 예방·당뇨병 치료·콜레스테롤 제거·지방간 해독 등 무려 53가지의 효능을 꼽기도 한다. 그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효능은 혈액 정화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혈전의 형성을 막는 성분이 들어 있어 양파를 먹으면 고지방 식품을 섭취해도 혈전이 생기지 않아 콜레스테롤 수 치를 낮춰준다. 이 때문에 40세 이후 성인들에게 나타나는 고혈압과 동맥경화 같은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 양파에 들어 있는 비타민 A와 B의 기능까지 소상히 밝혀지고 있다. 스태미나 음식으로 양파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비타민 A는 정자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비타민 B은 섹스 활동을 장악하는 부교감신경의 활동을 왕성하게 해준다는 것을 알아냈다. 구례농고 교장을 역임했던 채영옥씨는 “이제 고개숙인 남성들은 뱀이나 정력제 같은 것을 찾지 말고 양파를 자주 먹으면 된다”고 양파 소비홍보 대사를 자처한다. 농촌진흥청 난지연구소도 “양파는 정력을 좋게 하고 신진대사를 높여주는 대표적인 스태미나 식품”이라고 소개한다. 그럼에도 너무 흔해 제 대접을 못받는 것일까. 올해 조생 양파값이 형편없어 농가들이 시름을 겪고 있어 안타깝다. 술을 마실 때 양파를 함께 먹으면 알코올로 인해 파괴되기 쉬운 비타민 B의 흡수도 높이면서 술독을 중화시켜 간장을 보호한다는 점도 애주가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이런 양파를 두고 식품학자들은 “하루 반개씩 먹으면 각종 암을 막아주고, 성인병 예방 효과가 있다”고 권장한다. 양파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와 지중해 지역으로 추정되고 있다. 양파는 고대 이집트에서 가장 먼저 재배해온 작물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건축에 동원된 노예들에게 매일 양파를 먹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영양가가 풍부하고 만병통치의 위력을 지녀 ‘채소 중의 걸작’으로 꼽히지만 우리나라에는 늦게 들어왔다. 하지만 독자적 육종으로 신품종이 속속 육성되고 있으며, 놀라운 효능이 알려지면서 건강을 생각하는 현대인의 ‘보약’으로 사랑받을 준비를 끝내놓고 있다. 구영일 기자 young01@nongmin.com
양파는 민간요법으로도 다양하게 활용돼왔다.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생활 속 양파 활용법을 소개한다. #숙취 해소=소주에 양파를 썰어넣거나 음주 전후에 양파를 먹으면 양파의 글루타티온 성분이 간장의 해독 기능을 강화해 주독을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감기 예방=감기에 걸렸을 때 양파를 먹으면 도움이 된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감기에 걸리면 잠들기 전 구운 양파 한개씩을 먹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코가 막혔을 때 양파를 큼직하게 썰어 놓아두면 코가 시원해진다고도 한다. #잠이 안 올 때=양파에 함유된 ‘알린’ 성분은 신경을 안정시키고 혈액 순환을 좋게 한다. 혈액 순환이 좋아지면 정신이 안정돼 잠이 잘 온다. 때문에 잠이 잘 오지 않을 때는 생양파를 먹거나 양파를 썰어 머리맡에 두면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스트레스로 짜증이 날 때도 생양파 한두조각을 먹으면 증상이 덜한다고 한다. #비듬 제거=머리를 자주 감는데도 비듬이 많을 때는 양파 간 것을 거즈에 싸서 두피를 두드려 주면 도움이 된다. #피부 궤양=안덕균 박사가 쓴 〈신 동의보감〉에 따르면 피부 궤양이나 오래도록 낫지 않는 창상에 신선한 양파를 찧어 바르면 쉽게 낫는다고 한다. 이인아 기자
양파는 생으로 또는 익혀서도 먹을 수 있는 채소로 각종 요리에 주재료 또는 부재료로 이용된다. 샐러드에 이용하면 샐러드의 맛을 좋게 할 뿐 아니라 각종 채소에 함유돼 있는 비타민의 흡수를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또 볶거나 끓이는 요리에도 많이 이용하는데, 다른 채소와 달리 양파는 끓이거나 튀겨도 영양소 파괴가 적다. 양파 요리는 살짝 굽거나 끓여야 달착지근하면서도 아삭거리는 질감이 있어 제맛을 즐길 수 있다. 특히 국물 요리에 이용할 때 너무 오래 끓이면 양파가 흐물거리고 국물이 걸쭉해지므로 한번 끓인 다음 넣는 게 좋다. 양파는 수분 함량이 90%이므로 국물 요리에 많이 넣을 때는 물의 양을 조절하도록 한다. 양파는 고기 요리와 궁합이 잘 맞는다. 고기의 누린내나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주므로 비타민이 풍부하지만 냄새 때문에 잘 못 먹는 간 요리에 활용해도 좋다. 서양에서도 고기 요리를 할 때 양파를 즐겨 넣는데, 맛은 물론 나쁜 냄새를 없애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양파의 단맛은 열을 가할수록 더해져 요리할 때 설탕 대신 활용해도 된다. 양파는 어떻게 요리해도 맛있다. 요즘 나오는 햇양파는 장아찌로 담가 두었다가 고기 요리를 먹을 때 곁들이면 덜 느끼할 뿐 아니라 입안이 개운해 좋다. 적당한 두께로 잘라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한 다음 튀김옷을 입혀 튀기면 아이들 간식으로도 그만이다. 양파는 김치로 담가도 별미다. 양파 윗면에 십자 모양으로 칼집을 낸 다음 소금물에 절였다가 흐르는 물에 씻어 물기를 뺀다. 찹쌀풀을 묽게 쒀 식혔다가 멸치액젓과 고춧가루를 넣어 불린 다음 마늘·생강·소금·무채 등을 고루 섞어 양파 속에 채워 넣으면 양파김치가 된다. 양파를 둥글게 자른 다음 고추장·간장·설탕·마늘 등으로 만든 양념장을 발라 식용유를 두른 프라이팬에 넣고 살짝 구우면 보기에도 근사한 한끼 반찬이 된다. 양파는 찬물에 10분 정도 담그거나 냉장고에 보관해 차갑게 해 사용하면 썰 때 매운 향이 덜하다. 도움말=요리연구가 임종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