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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性物紀行] 중계본동 불암산 자락의 밑바위 부용

옥산뜰농부 2010. 2. 28. 08:11


불암산에 있다는 여근석을 찾아보았다. 이미 수락산이나 불암산의 등산객들에겐 ‘여성봉’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동네 사람들에겐 ‘밑바위’로 불렸다고 한다. 미리 보았던 사진으로 따지면 ‘봉’이라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는 지형이다. 결국 현장에 가봐야만 확인을 할 수 있을 터, 어느 구름 많은 날에 바위가 있다는 중계동으로 출발을 했다.

상계,중계,하계동은 모두 노원구에 속한 동이다. 조선조엔 경기도 양주땅이었던 것이 1963년 서울시 성북구에 편입되었고, 73년 도봉구가 분리되어 여기에 속하다가, 88년 노원구가 분리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동이름에 ‘계(溪)’자가 들어 있는 것은 도봉구와 노원구 중간을 흐르는 ‘한천(漢川)’을 말하는 것이며, 시내의 상부에 있어 상계동, 중간에 있어 중계동, 하부에 있어 하계동이라 이른 데서 이름이 유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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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본동 레몬마트를 찾자


‘중계본동’을 가고자 한다면 4호선 ‘상계’역이나 7호선 ‘중계’역에서 하차를 하면 된다. 또 여기서 걷기엔 좀 멀고 버스로 환승하여 중계본동 ‘노원우체국’을 찾는다. 노원우체국 삼거리에 우체국을 마주보는 좁은 찻길이 있는데 그 끝에 또 교차로가 있고 ‘레몬마트’라는 중소 규모의 마트가 있다. 이 마트를 마라보고 좌측으로 가면 ‘수암초등학교’가 있고 정문을 지나지 않고 그 담을 따라 우측으로 쭉 들어가면 삼성아파트와 현대1차 아파트가 있다. 그 뒤쪽으로 ‘원암유치원’이 있는데 이것만 찾으면 거의 다 온 것이다. 원암유치원은 규모가 꽤 커서 주변 동네 사람들이 대부분 알고 있으니 길을 찾기가 어렵다면 지나는 동네 사람에게 물어물어 가면 될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이다. 유치원의 뒷산을 무조건 산을 오른다고 여근석이 보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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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가 좀 되는 원암유치원

당도한 곳이 원암유치원의 정문이든 후문이든 산길을 오르면 그 둘레를 벗어나 불암산 쪽으로 더 오르면 안 된다. 산길은 여러 갈래라 위치를 모르고 무턱대고 오르다간 해가 져도 못 찾는다. 원암유치원에서 산 쪽으로 ‘불암농장’이란 배 과수원이 있고 그 둘레에 우리의 목적지인 밑바위가 자리하고 있다. 정문에서 간다면 불암농장 좌측으로 과수원 담을 따라 산길을 오르면 산소를 하나 지나 얼마 안 있어 주발을 엎어놓은 것 같은 큰 바위가 하나 나온다. 혹 유치원의 정문이 아닌 반대편으로 산행을 시작했다면 역시 과수원 담을 벗어나지 않고 따라 가다보면 찾을 수 있지만 정문 쪽이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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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을 보고 좌측으로 오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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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의 뒷골목으로도 갈 수 있다. 반대방향인 우측으로 올라야 한다.


필자는 어찌 하다 보니 유치원 뒤쪽으로 오르게 되어 학도암 문 앞에 까지 갔다가 아니다 싶어 도로 내려오게 되었다. 가늠을 할 수가 없는지라 지나는 등산객에게 물어보니 모두 고개를 설레설레 했다. 등산객이든 동네 사람이든 소수만이 알고 있는 것인가 보다. 그래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반대편으로 하산을 하다 보니 어떻게 우연찮게 발견하고 말았다. 위치를 알고 보니 10분도 안 걸릴 것을 한 시간 정도는 해맨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원암유치원과 과수원의 둘레를 벗어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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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도암 부근의 작은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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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위 부근의 나무, 여근목이라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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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결에 찾은 여근석 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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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한 컷 찍고 나니 필자가 내려온 곳에서 어르신 한 분이 내려왔다. 그래 가는 걸음을 붙잡고 이 동네 사시냐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어르신, 동네에서 이 바위를 뭐라 부르나요?”
물으니, 곧바로 있다 얼굴에 화색을 띄며 말하기를,

“이걸 뭐라는지는 모르겠어요. 근데 내가 이 동네 이사 온 지 5년 되었거든. 그동안 산을 오르면서 내가 깜짝 놀란 게 바로 이 바위야. 이게 말하자면 꼭 여자 음부와 닮았거든. 이게 여기서 봐도 그런데, 일루 와봐요... 이리 뒤쪽에서 보면 영락없는 여자 음부야. 이걸 보라고 이거... 소음순, 대음순 똑같이 생겼잖아? 허허참... 이거 사진 찍어 가요. 대단한 작품이 될 거야... 저 틈에 난 풀도 찍어, 저게 자연적으로 생겨난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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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방향에서 본 모습

마침 사람들이 지나지 않아 다행이었다. 마치 남들은 모르는 혼자만 알고 있는 위대한 발견 내용을 공표하듯이 음부와 소음순, 대음순을 말씀하시는데 이런 걸 찾으러 돌아다니는 나로서도 약간은 난감하더라 이거다. 그래 어르신의 설명을 들으며 이래저래 사진을 찍고 있으니 마침 산행을 시작하는 한 아저씨 한 분이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허참 신기하네...’ 그러면서 주섬주섬 가방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었다. 졸지에 동무가 생겨버렸고 어느 사인지 처음의 어르신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이런 게 여기도 있네...’ 함께 여근석 사진 찍는 동무는 또 다른 무엇을 발견했다는 듯이 신기하다는 말을 연이어 하면서 연방 사진을 찍었다. ‘여기 말고 또 어디서 이런 거 보셨어요?’ 물으니 ‘북한산에 하나 있어요.’ 하며 이 기행의 첫 편을 장식했던 도봉산 여성봉을 말하는 것이다. 보아하니 근방 산을 많이 다닌 듯했다. ‘어르신 그럼 수락산에 있다는 남근바위는 아세요?’ 물으니 ‘아, 알죠! 내가 사진 찍은 것도 있는데... 가만있어 봐요, 내 보여줄게...’ 친절하시게도 찍은 사진을 보여주시겠다고 디카 리뷰화면을 뒤졌다. 생각보다 사진이 찾기가 어려웠는지 시간이 꽤 걸렸다. 괜스레 산행하는 사람 붙잡아 놓아다는 생각에 ‘아유 괜찮습니다. 제가 나중에 올라가서 직접 보죠, 감사합니다.’ 인사로 가던 길로 보냈다.

어떤 이는 이 여근석에 ‘부용’이란 이름을 붙였다. 부용은 꽃이름 芙蓉과 같은 한자를 썼는데 왜 그리 이름을 지었는지 모르겠다. 부용은 아욱과의 관목으로 무궁화와 비슷하게 생겼다. 바위에서 부용이나 무궁화와 닮은 이미지를 발견하지는 못했는데, 아무래도 여성의 성기 중 소음순과 대음순을 꽃잎에 비유를 하기도 하는 바, 야릇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의 부용꽃을 이름으로 선택했을는지도 모르겠다. TV 드라마 ‘황진이’에서는 황진이의 라이벌 기생이름이 ‘부용’이었다. 그러고 보면 또 그다지 안 어울리는 것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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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근석 부용은 산길에서 보면 세로로 네 조각으로 갈라진 바위인데, 묘하게도 좌우 대칭형이다. 물론 완벽하게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나 자연석이 이러한 모양을 가지기도 어려울 것이다. 길이로 갈라진 틈은 바위 위로 넘어서까지 이어져 있는데, 뒤편에서 보는 모습은 사람마다 모양은 다르겠지만 여성 음부의 한 전형을 보는 듯하다. 가운데 틈에서 좌우로 확연하게 구분되어지는 소음순과 대음순의 모양을 지녔으며, 아랫부분에 살짝 돋아 오른 부분은 음핵(클리토리스)를 보는 듯도 하다. 필자야 존재를 알고 갔으니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지만, 앞전의 등산객처럼 전혀 알지도 못한 상태라면 충분히 놀랄 만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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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쪽에서는 바위에 오르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가파르기 때문에 오르기가 어렵지만, 산 쪽에선 그럭저럭 오르기가 수월한 편이다. 한 번 올라가 보라는 말은 아니고, 오르기가 가능한 편이라 그런지 바위의 중심 틈에 빨간 고추를 박아놓았다거나 피우고 버린 담배꽁초 같은 것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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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를 박아놓는 일이야 여근석인 바위를 달래려는 애교스런 장난으로 봐줄 수도 있으나, 담배꽁초 따위가 언저리에 버려져 있는 것은 그다지 보기가 좋은 모양은 아니다. 비록 문화재나 유산이라는 타이틀을 갖지 못할 특이한 모양의 바위에 지나지 않지만 사람들의 손에 의해 아무렇게나 지저분하게 방치하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이다. 널리 알리는 일은 민망할지 모르겠으나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신비로운 바위인 이상 훼손되고 방치되는 일 없이 언제까지고 멀쩡하게 보존되기를 바랄 뿐이다. 필자가 동장이라도 된다면 ‘여근석 부용(芙蓉)’이라는 푯말이라도 하나 달았을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그 바위는 존재감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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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상부의 한쪽에는 성혈이라고 할 수 있는 홈이 파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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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너머엔 누군가 일구어 놓은 텃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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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옆엔 쉬어 갈 수 있게 의자가 있는데, 맑은 날의 바람, 비갠 후의 달(훌륭한 성품이나 잘 다스려진 세상)이란 의미의 광풍제월(光風霽月)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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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뚱맞지만 하산길 아파트 입구의 간이 천막식당에서 먹은 묵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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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큼하고 달달한 국물에 담백한 도토리묵 허기와 갈증을 동시에 달래주었다.







* 본 포스트는 연애통신(www.yonae.com)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출처 : 원미동통신
글쓴이 : 원미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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